2007년 8월 30일 목요일

Waitress

비행기에서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이 우연은 아니었다. 봄 즈음에 애플의 트레일러 사이트에서 예고편을 보고 정말정말 궁금해 하였던 기억이 났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KAL 좌석 화면에 이 영화가 덩그라니 놓여 있었다. 다른 영화는 정말 볼 것이 없었다. 순전히 내 취향 탓이긴 하지만. :D

이 유부녀 웨이트리스와 의사 양반은 어떻게 사랑하는 사이가 될까? 당연히 궁금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한 층 더 궁금했던 이유는, 이 영화가 나타내는 미국 깡촌(?), 혹은 시골에서 바쁘지 않게 그날, 그날을 감사히 여기는 위대한(정말이지 난 이들이 위대하다)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라서다. 도시에서 낳고 자라났으니 이런 생활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그렇기도 하겠지.



게다가 또 있다. 조 할아버지이다. 비행기에서는 성우가 한국어로 말하는 버전이어서 원어를 듣지 않았는데(당연하다. 난 한국인.), 예고편에 나오는 말들을 들어보니, 내가 기억하는 대사와 다른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부차적이고, 보다 근본적으로 제나와 조 할배가 서로 '친구'라는 점 때문에 주목을 끈다. 티격태격, 의견 차이, 사상의 차이 이전에 사람으로서, 같은 심장을 가진 사람으로서 공감을 가질 만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이다. 기적 중의 기적이다.

사랑과는 좀 다르다고 해야 할까? 아니, 분명 다르긴 할 것이다. 이 영화를 찍은 감독은 강도(?)로 영화 찍자마자 살해당했으며,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딸은 감독의 딸이었다.

2007년 8월 29일 수요일

放逐 (익사일)

사실 총 쏠 때 담배 물고 저런 포즈가 나오기는 힘들다. 뭐 고수야 저럴 수 있겠다만, 영화에서 나오듯 자유자재로 팔을 휘두르면서 목표를 계속 맞추는 것, 혹은 주인공들처럼 깡통만 맞추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라고 쓰기에는 불경스럽다. 어디를 가야할지 모를, 무엇을 하고있는지 모를, 그래도 가야 하는 모습이 나와서이다. 사진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죽었다. 웃으면서, 그리고 썬그라스를 쓰면서.

호쾌한 영화다.

트레일러

2007년 8월 27일 월요일

Factory Girl

원래 이 영화는 5월 말 경에 보기로 했던 영화다. 어찌어찌하다보니 안 보게 되었고, 이 영화를 본 지금 다시 생각해 본다. 그 때 봤으면 어땠을까? 지금 본 것과 차이가 있을까? 차이를 분별한다는 것, 교양인의 시작이다. 그러나 교양은 멀고, 차이도 버겁다...라고 생각하면, 이건 또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애초에 내가 팩토리걸을 보고 싶어했던 이유는 뮤즈라는 존재가 하나의 소비재가 아닐까서였다. 이 생각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외국말인 뮤즈라고 하니까 더 그럴듯할까? 예술의 먹잇감은 사람일 수 밖에 없으니, 바라보는 나나, 대상이 되는 먹잇감이나 참 적적하다. 알면서도, 알고서도 빠져드는 것이 예술이다. 물론 예술 아니고서도 그렇게들 살아간다. 알고서도 저지르고, 알고서도...




그리고 지금 보아서 새로 추가된 점이 있다. 누가 나이지? 워홀? 이디? 퀸? ...시드?

워홀의 영화는 그야말로 워홀 혼자서나 봐야 할 영화로 가득하다. 당연히 이디를 먹어치운 뒤 50달러에 버린다. 이디는 워홀을 사랑하였고, 퀸도 사랑하였다. 퀸은 주저없이 이디를 버렸다. 시드는 주저하다가 이디를 버렸다. 아니 이게 뭐야. 혐오스런 이디의 일생이 되어버린 것인가? 내가 이디를 좋아하는 것은 마츠코를 좋아하는 것과 같나?

당연히 이디가 현실이었고, 어떻게 보면 절절하다 할 수 있다. 다만 정말 못봐주겠지만, 한 번 보면 눈물이 날 정도의 절절함. 그런 것은 없다. 그래도 이디가 있었기에 워홀은 그 만큼 더 예술가가, 세상이 그 만큼 더 살기 좋아졌다고 보면 너무 낙관적일까. 내가 이디? 내가?

팩토리걸을 5월 말에 안 본 것에 후회는 없다. 영화를 보거나 안 보거나 사는 과정이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그 짧은 세월 사이에 나는 또다시 차갑게 눈물 흘리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좋지 않다.

2007년 8월 24일 금요일

아홉 번째 게시


Hotel Room - Edward Hopper


지극히 쓸쓸한, 자기 외에는 아무도 쳐다볼 수 없는 그런 공간이 있다. 호텔 방도 그렇고, 시시각각 주변 풍경이 바뀌는 기차도 그러하며, 아예 대놓고 자기만을 응시하도록 강요하는 비행기 안도 그러하다. 고즈넉한 장소가 꼭 그런 장소가 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낙원상가 옆, 할배들이 밥을 먹으러 들어가는 그 식당도 마찬가지다. 할배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속에는 거칠기 그지 없는 후루룩만이 존재한다. 입담 속에는 온갖 주제가 등장한다. 여러 사람이 떠드는 곳. 혼자 떠들 수 밖에 없는 곳이다.

그러한 곳에서 따뜻함을 느낀다는 것은 지극한 이기심의 발로일까, 아니면 애처로운 자기 위안의 시작일까. 그저 멍하게 앞을 쳐다보며 열심히 밥을 먹고, 또 열심히 잠을 자는 모습을 내 위에 둥둥 떠 있는 내가 바라보고 있었다. 귀엽다, 라고 느낀다.

이 번잡하되 소외된 공간을 같이 좋아한 것은 그 내밀함이 일치를 이룬 것이다. 평생 오기 힘든, 그런 순간이다. 다시 올 수 없을, 그런 감동이다. 소금을 넣어도 짜지 않았고, 쳐다보는 할배들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날씨도 기가막히게 좋았다.


여덟 번째 게시

صحراء

'사하라'라고 읽는다. 아랍어 뜻이 '사막'이니, 그냥 사하라라고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쪽 사람들이 아닌 모두는 사하라 사막이라고 부러 사막을 덧붙인다. 어차피 사하라는 비아랍인들에게는 모두 다 고유명사일 따름이다. 그렇게 신기해 보이는 에르그, 그리고 사구(沙丘)도 여기 사람들에게는 마을 풍경일 뿐이다.


어째서 미소를 짓고 있었을까? 발이 푹푹 빠져버리는 사막에서 내가 빠지지 않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어서였을까? 고유명사와 일반명사를 덧붙여 말하는 이방인으로서 충분히 만족해 한다는 표시일까? 저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지?

사진 생각뿐이었던가. 하늘을 제외한 팔방에 가득한 모래가 날 집어 삼켰을지도 모르겠다. 발목을 넘쳐 올라온 모래가 이미 몸 속을 차지해 버린 것이다. 점령당했다. 아니, 기꺼이 모른척 하였다.

약간은 웅크린 모습에서 조금은, 아니 많은 애처로움을 느낀다.

2007년 8월 19일 일요일

일곱 번째 게시

아래 사진은 회사 포털에 접속하면 항상 나오는 바이오 리듬이다. 오늘(8월 19일 일요일) 바이오 리듬은 다음과 같다.

감성만 유독 플러스다. ㅎㅎ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거의 매일 바이오 리듬(?)을 보긴 하는데, 이 바이오 리듬에서 플러스 수치가 나온 적은 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매번 마이너스이다. 감성만 유독 플러스가 나온 것. 그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시차 탓도 있으려니, 매번 잠을 잤다가 깨어나고, 매번 접속을 했다 먹을 것 먹는 일요일을 보내고 있다. 아. 고백성사도 보았다. 뭘 어쩔 줄 모르겠는 시간이다. 나 또한 모든 감각을 닫아버렸다.

2007년 8월 18일 토요일

여섯 번째 게시

지금은 한국.

가슴이 아리다.

2007년 8월 12일 일요일

다섯 번째 게시

생각해 보면 인천 공항의 커피 값이 샤를드골 공항의 커피 값보다 더 비싸다! 양의 문제를 따질 수도 있겠다만, 맛으로 따질 때 샤를드골이 훨씬 더 맛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인천공항의 패배이다. ㅎ

암튼 하루만에 비행기를 갈아타는 모험은 역시나 체력의 소모를 상당히 가져온다. 그래도 지금 아침에 벌떡 일어나 이 글을 올리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 또 신기신기이다. 아직은 젊다 말할 수 있을게다.

고요한 아침, 아그달 거리는 한산하다. 일요일이라 그럴 테지만, 조금 있으면 카사블랑카로 간다. 무엇부터 시작할지 특별하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도, 어디에서부터 시작할지 평범하고 느슨한 계획은 다 있다. 인생이 이려러니? 여행이 이려러니?

2007년 8월 11일 토요일

네 번째 게시

드디어 간다.

임박사님이 말했다.
"국제회의 때마다 참가하세요?"

하하... 어떻게 답하지? 뭐, 어제, 오늘 한가해서요라고 답하였다.


짤방은, 전혀 관계 없이 커피 마시러 올라온 동료들.

그러고보니 나도 웬일이냐. 생각해 보면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일보다는 역시 서서 직접 접촉하는 일이 더 재미나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일도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저 무료한 일보다는 새로운 만남이 더 흥미로워서가 아닐련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격의 없이 영어와 일어로 대화하는 편이 더 마음이 편하다...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소관한 회의가 아니었지만, 온몸으로 도왔다. ㅎㅎ

그리고 퇴근하기 직전, 짱은 내게 일을 시켰다. -_- 다행히도 그녀를 만나 맛있는 장어를 먹을 수 있었는데...

이건 좀 다른 의문인데, 우리가 길거리를 지나다닐 때, 왜그리 많은 이들이 우리를 꼴아보는지(?) 모르겠다.

2007년 8월 9일 목요일

세 번째 게시



홍대 근처의 맥주집. 카메라를(카메라마저 G마크!) 산 후, 그녀가 찍어 주었다.

어쩌다 보니 셔츠만 입고 다니고 있는데, 교복입는 느낌이랄까? 그런 점이 있다. 난 고등학교 때만 교복을 입었었다. 그리고 그 때는 교복을 참 싫어했다. 아니... 지금도 유니폼만 입으라고 하면 별로 내켜하지 않을 것이다. 교복 느낌은 교복 느낌이되, 내 나름의 깔끔함이랄까? 그런 느낌도 있다.

깔끔함. 왠지 나와는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이다. 오히려 그녀에게 더 어울린다면 어울리달까? 얌전하게 입건, 튀게 입건 넌 정말 예쁘고 깔끔하거든. 언제나 신선하달까.

흰 와이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이틀 정도 등교(!)를 해 보았는데, 어차피 회사에서 드레스 코드갖고 뭐라 할 사람은 없다.

2007년 8월 8일 수요일

두 번째 게시


채송화

그 낮은 꽃을 보려면 그 앞에서 고개 숙여야 한다.
그 앞에서 무릎도 꿇어야 한다.
삶의 꽃도 무릎을 꿇어야 보인다.

- 박두순, 삶의 꽃.

첫 게시물



딴로그는 과연 있어야 하는 것일까...

있어야 한다고 방금 결정을 내렸다. 아무래도 내가 수다장이이기도 하거니와, oho에는 못 올릴 글도 이따금씩 나오기 때문이다.

암튼 원래 내 블로그의 고향이었던 이 곳에 다시금 시작한다. 오늘, 여행가기 3일 전. 수요일, 비 많이 내리는 서울 청량리.


그리고 줄바꿈 실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