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7일 일요일

Sad Vacation(サッド ヴァケイション)



새드 베케이션을 보고는 ORO로 갔다. 저녁 약속이 6:30에 있으니 시간이 남아서이다. 거리에서는 성화봉송을 하고 있다. 참 귀찮은 일이다. 그리고 오로에 가서는 순영 누나와 수다를 떨며, 하릴 없이 시간을 보냈다. 이 또한 나의 슬픈 휴가이련가? ㅎㅎ 휴가 시간이 더 알맞겠다. 어차피 일요일에는 모두가 다 쉰다. 뭣보다도 삼청동에서 카메라 들고 설쳐대는 년놈들이 별로 내 미감에 맞진 않은데, 사실 그런 것이라도 없으면 얼마나 더 일요일이 슬퍼질 터인가.

극중 아사노는 운송업에 종사하였다. 중국 밀항자 사업이 안되자, 대리운전 일을 하였고, 우연히 자기를 버린 엄마가 운송회사 주인의 사모님이라는 사실을 알자, 그대로 그곳에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소정의 복수(?)를 마쳤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금 집을 나온다. 그냥 있는대로, 그대로 받아들이고 처음부터 애인과 살았으면 더 행복했을지 모를 일이다. 심지어 임신까지 했다고 하잖았던가. 지긋지긋한 가족들이다. 영화를 보면 무슨 말인지 아실 것이다.

즉, 내가 아침 일찍 나와서 영화를 본 것도, 약속 시간이 훨씬 남았는데도, 딱히 할 일 없이 나다닌 것도 다 집이 싫어서.라는 어린애, 아니면 청소년같은 마음때문이다. 내가 원래 밖에 나다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진데. 도망칠 곳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복수할 마음도 없으니 천하태평.이라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래. 그래. 세 끼 먹고 살고 있으니 자족해야겠다. 자족.

이런 내가 평범하지 않아? 라고 했더니 고등학교 동창들은 대단히 재밌어 한다.

2008년 4월 26일 토요일

PULP



Common People - PULP

90년대 중순인가 말 때인가, 펄프를 굉장히 좋아했다. 국내발매된 CD는 모조리 다 샀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정도까지는 아닌데, 그래도 오랜만에 들으니 좋다. 특히나 이 곡이 들어있던 앨범이... 디퍼런트 클라스였던가? 이제 기억까지 모호해지네. 뒤져보면 집에 있을 텐데, 그럴 마음이 들진 않는다. 사실 커먼피플(서민...정도의 번역이 제일 낫겠다)의 가사를 자세히 들으면 참 뭐라하기 힘든 감정이 생겨난다. 나를, 나같은 보통 사람을, 나같은 서민을(!) 왜 만나려 하는데?

그걸 안다고 뭐가 딱히 달라질 건 없는데, 사람 심리는 참 묘한 데가 있게 마련이다. 가비지의 "Why do you love me?"를 섣부르게 부를 수도 없잖은가. ㅎㅎ 음... 당신이라면 과연 펄프를 좋아할랑가.



Do You Remember The First Time - PULP

2008년 4월 22일 화요일

eros



에로스는 안봤었다. 왜 안봤는지는 기억 아난고, 뭐 대충 시간이 없었것지.라고 편하게 생각해버린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저 사진이다. 왕가위 편(그녀의 손길)의 거의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저 장면은 역시나 참으로 익숙하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누구나 저 자세를 바라고, 또, 한다. 상대방의 손바닥을 자신의 뺨에 대는 것. 아무리 내가 내 손을 갖다가 뺨에 대어도 결코 느낄 수 없는 "너"의 온도와 "너"의 냄새, "너"의 촉감이기 때문이다. "너"가 필요하다. 저럴려면.

하지만 저 "너"는 내 몸에 달려 있지 않기에 결국 놓아야 한다. 저 순간에 벌써 인생이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갑자기 든다. "너"의 손으로 내 얼굴을 느끼는 게 참 쉬우면서도 어렵다. 그러니 저 재단사도 후아씨를 그저 흘러 보내는 수밖에 없었겠지. 멍한 표정으로 말이다.

2008년 4월 20일 일요일

Travis Walk



(밥벌이가 아닌 일반적인 용도로) 맥 쓰는 사내는 위험하다.라는 말을 사실 내가 하긴 했는데, 더 위험한 사내는 알비레오 파워북 포럼에 쓰여진 것처럼, 블루스를 좋아하는 사내일 테다. 정말 단연코, 블루스 장르에 호감을 가진 사람치고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맞는 말이다. (맥과 블루스가 합쳐지면 어떻게 될랑가 ㅎㅎ)

스티비 레이본이 언제쯤 죽엇더라?고 한다면 가수 정보같은 걸 잘 모르니 나도 모르것다.라고 답해야겠지. 자세한 건 위키페디아 보면 다 나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저런 기타의 선율을 지금 다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아닐련지. 들을 수는 있겠다만 말이다. 탱고처럼, 아니 탱고보다 훨씬 더 진하게, 세상의 어두움을 전파하는 블루스에 어째서 호감을 갖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다 보니 모른다.만 거듭 말하고 있는데, 사실 "안다"라고 할 만한 것이 몇이나 있으리오. 모르는 게 약이니 더 모를 수밖에.

어쩌다 보니 토요일날 두 탕을 뛰어서 모임을 좇아 다녔다. 우리 외로우신(!) J형과 같이 나다닌 것이었는데, 하나는 무슨 일본애들(그리고 일빠?) 모이는 곳이었고, 다른 한 곳은 춤추는 사람들 모이는 곳이었다. 뭐, 연락을 또 할 사람은 없갓지. 그런데 춤추는 곳 모임(?)의 춤선생이 나보고 표정을 보니 사람을 알 만하다.라 말하더라.

뭘 말하고 싶었을까. J형은 나보고 너무나 직설적으로 말해서 사람 당황하게 만들기 일쑤지만 지내고 보니 정말 좋은 녀석이라 해주는데, 내가 기본적으로 인류에 대한 애정;이 결핍되어 있다는 점을 알아차려 버린 것일까나.

빨리 조용한 후진국으로 부임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지겹다.

2008년 4월 16일 수요일

30번째 게시

프락티카가 나의 첫 수동카메라...라고 할 수는 있을 게다. 원래 사용했던 첫 수동 카메라는 빨간색 코니카 POP이었다. 기본 중에 기본만 갖춘 것이었는데, 아마 십 수년 전, 스위스에서 잃어버린 것으로 기억한다. 기차타고 알프스 올라가는 중이었나, 내려가는 중이었나, 하여간 두고 내렸다. 굉장히 아깝지. 지금까지 있었다면 애용했을 텐데 말이다. 그로부터 굉장히 오랜 세월이 흘렀고, 디카는 모로코 살러 갈 때 처음 샀던 소니가 처음이었다. 모델 명은 기억나지 않고 줌도 없었던 200메가 픽셀 짜리인데, 잘 활용하긴 했었다.

그 외에 디카는 소니를 전전하다가 드디어 지난 해 8월 초에 G-7을 구입했었다. 이름때문에 산 것도 있고 ㅎㅎ 그나마 똑딱이 중에 제일 좋은 것이기도 했었다. 그것은 지금껏 잘 사용중이다. 앞으로도 한동안 잘 사용할 듯 싶다. 그러다가 최근에 덜컥, G(!)의 선물로 프락티카 MTL-5B를 안게 되었다.



이놈으로 찍은 사진은 확실히 색감이 다르다. 그 어느 디카에서도 느끼지 못한 것이라서, 못 사내와 계집의 마음을 뒤흔들 만했다. 라이카 수동도 이 정도가 아닐까 싶은 게, 어차피 펜타콘과 라이카의 뿌리는 같으니까. (라이카 수동은 역시나 비싸지만 신제품보다야 싸다.) 날씨도 좋아졌으니, 이놈을 갖고 다니면서 좀 찍고 싶은데, 수동을 워낙에 거의 처음 다루다시피 하니까 내가 잘 찍는 것인지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처음 찍은 필름은 조명 부족 탓인지, 모두 사진이 꽝. 새카맣게 나와버렸다는 사실. 도대체 내가 잘 하는 게 뭐지?

2008년 4월 14일 월요일

29번째 게시



협상차 간 것이었기 때문에, 델리 시내 바깥으로는 거의 나가지 못하였다. 이 사진도 대사관에서 대여한 버스를 타고 가다가 안에서 찍은 것이다. 뭐랄까. 일을 생각하자니 당연하다 싶기도 한데, 억울한 기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델리를 생각하면 별로 아쉽지 않다. 내가 싫어하는 모든 요소(사람 많고 시끄럽고 등등)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 비행기 타기 전에 시내를 나가긴 했었다. 그러나 그 때도 시간은 빠듯했고, 결국 시내에서는 아무 것도 사지 않았다. 피곤하기만 했었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사람 많은 데에서는 서있는 것조차 부담스럽다. 특별히 나이가 들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만, 뭐랄까. 그냥 인간들이 별로여서가 아닐까가 더 그럴듯한 이유다. 그래서 기회가 있었는데도(가령 세 번째 협상일은 나 자신이 협상장에 안나갔기 때문에 낮 시간은 텅텅 비어있었다. 물론 속이 안좋아서 그냥 쉬기만 했지만.), 일부러 관광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제 휴가로 마음 놓고 해외 여행을 얼마나 할 수 있을련지는... 작년은 그래도 1주일이 가능했는데 올해는 어떨련지 모르겠다. 1주일씩 내기는 힘들 것이다. 추석도 휴일이 3일밖에 안되더만.

iPhoto를 열고 여행 항목에 인도를 집어 넣었다. 작년 사진들이 우수수 나온다. 사진들은 조용히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2008년 4월 11일 금요일

스물 아홉, 그가 나를 떠났다



줄친 부분을 옮겨 놓는다.



12페이지
"날 좀 놔주세요."
"그러면 너무 쉽잖아."

13페이지
그러면 어쩌다 드물게, 정액을 토하듯 당신 고환에서 올라온 구역질 나는 사랑의 말도 안들리겠지.

20페이지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난 당신을 사랑할 거야.
앞으로도 당신을 사랑해줄 사람은 절대 나타나지 않을 거야.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 건 당신이 사랑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야. 그러니 날 사랑해.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사랑해줘. 내가 당신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야.

24페이지
난 당신이 사랑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잘 알아. 그리고 사랑하는 존재에게 마땅히 품어야 할 일말의 존중심조차 없이 여자 몸을 욕망한다는 것도 물론 잘 알지.

64페이지
죽은 사람은 모두 일단 배출된 배설물 이상으로 우리와 관계가 있는 게 아니야.
살아있는 것은 모두 젊어.

95페이지
난 그 애의 엄마야. 양수를 잃으면서 이성도 잃었단다.

126페이지
아버지라는 존재는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고아가 된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필요악이다.

129페이지
어떤 남자도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 만큼, 우리 일정을 조금이라도 수정해야할 만큼의 값어치는 없다.
모든 여자는 천성적으로 자위를 한다. 수컷들에게서 절망적으로 쾌락을 찾는 여자들은 손가락을 가질 자격이 없는 미숙한 존재들이다.

182페이지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품고 있는 증오심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219페이지
그렇게 산만한 애가 고통이나 기쁨처럼 강렬한 감정을 알 것 같지 않았다.
현실은 하나의 선택이며, 어떤 경우에도 현실은 단 한 번만 존재한다.
반면에 우리에게 당신들은 우리가 결코 알 수 없는 하나의 가정에 불과할 뿐이었다.

224페이지
그리고 언제나처럼, 살아 있었다.

240페이지
우리는 사랑에 대해 고심해본 적이 없으며, 무신론자들이 신용카드를 잃어버렸을 때 무심코 '오, 하느님'을 외치듯 그저 기계적으로 사랑을 말할 뿐이다.

2008년 4월 8일 화요일

Alice Cooper



위 영상은 Is it my body

유난히 쿠퍼에게 끌리는 날이 있다. 잠이 부족하고 몸 상태가 안 좋을 때 특히. ㅎㅎ ...확실히 안좋다. 룰루~

아래 영상은 Under My Wheels


2008년 4월 4일 금요일

Everything You Always Wanted to Know About Sex * But Were Afraid to Ask



포르투갈에서 이 영화의 제목은 O ABC Do Amor이다. 사랑의 ABC라는 말인데, 뭐 ABC랄 것이 있나. 특징 아닌 특징이라면, 모두가 다 헛소리를 빙자한다는 것이다. 일곱 편의 에피소드가 모두, 평소에 궁금해 하던 무언가인데, 사실, 공개적으로 물어봐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때 그 때 다른 것이 Amor랄 수 있겠다. 게다가 답변을 안다고 뭐가 딱히 달라지나? 사랑은 존재하지 않아도, 살갗은 존재하는데 말이다.

일곱 편의 에피소드는 다음과 같다.

(1) Do Aphrodisiacs Work? (최음제는 효과가 있을까?)
(2) What is Sodomy? (수간이란 무엇일까?)
(3) Do Some Women Have Trouble Reaching Orgasm? (오르가즘 도달에 문제있는 여자들이 있을까? - 우디의 이탈리아어 연기!)
(4) Are Transvestites Homosexuals? (복장도착자는 동성애자인가?)
(5) What Are Sex Perverts? (변태란 무엇인가?)
(6) Are the Findings of Doctors and Clinics Who Do Sexual Research Accurate? (성의학 연구를 하는 의사와 병원들의 연구는 얼마나 정확할까?)
(7) What Happens During Ejaculation? (사정시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원작이 되는 책을 읽어보고 싶기까지 하진 않다. 오히려 우디 할배의 해석이 더 정확할 듯 싶어서이다. 아. 이 때는 아직 할배가 아니었던가.

2008년 4월 1일 화요일

No country for old men



이 영화의 배경은 1980년이다. 레이건이 당선되고, 오일쇽의 불황과 함께 주택조합의 부실대출로 인한 금융 시스템 위기가 오기 직전이다. (이 때문에 80년대 초와 지금을 곧잘 비교하는데, 성격이 분명 다르다.) 즉, 여기 나오는 분위기를 당시의 상황에 빗대지 않을 수 없다. 소설도 분명 그러했을 터이고, 코언 형제도 그 생각을 안하면서 찍었으리라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저 안톤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인간의 본성을 파고들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더 이상 써 내려가면 개소리가 될 텐데, ㅎㅎ 간단히 말하면, '선함'은 사랑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일 게다. 하늘을 날지 못하는 인간이기에, 선해질 수가 없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끊임 없는 추락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 안톤이 아니라 모스가 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대부분은 모스와 자신을 일치시킬 것이다. 괜히 휘말릴 정도의 양심과 함께, 유머감각도 뛰어나고, 적당한 악랄함(?)도 갖추고 있다. 보안관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똑같은 자세로 꺼져있는 텔레비전 앞에 우유를 마시며 앉아있는 모습을 생각해 보라.

"텔레비전이라도 깨졌나?"

노인학대를 하는 캘리포니아 사람들을 빗대며 보안관이 한 농담이다. 비현실적인 안톤은 오히려 구도자의 모습으로도 볼 수 있고, 현실적인 보안관과 모스는 그 악랄함을 끝까지 보이다가, 하나는 포기해서 살고, 하나는 포기하지 않아서 죽는다.

나도 평생 맞을 짓, 죽을 짓을 많이 주고 받고 했거늘, 남들은 안그러랴. 역시나 늙으면 죽는 것이 순리. 안 죽으면 난리난다. 얼마나 더 악해질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