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4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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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Henry Roy의 사진, Ibiza (2005)

금요일 저녁, H, H와 같이 포도주를 마셨다. (둘 다 H가 되었는데, 하나는 한씨, 하나는 황씨 ㅎㅎ) 미로스페이스 2층에서 마셨는데 뭐 대화 주제야 뻔하다. 뭔가를 알아버리면, 결코 그 이전의 삶과 그 이후의 삶이 같지 않다는, 하나의 커다란 줄기에다가, 사랑의 비인간성, 배타성, 몰염치성(!)을 논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둘 다 IT 업계 사람이므로 그 쪽 이야기가 빠지지는 않았지만, H(한)는 무엇보다 상당한 경력의 어두운 여인이라서인지 나와 죽이 잘 맞았다. H(활)은 '논리'를 따지는 남자답게 페이스가 말렸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말이다. ㅎㅎ

내가 하는 말중에 기억나는 게 하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우엘벡의 말(어느 섬의 가능성에 나온다)이 있긴 하지만, 사실 그 대화는 대화가 아니다. 그 때 내가 했던 말은, 사랑한다면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였다. 일방적인 따라가기, 혹은 일방적인 리드만이 있을 뿐이다. 사실 연인이 서로 벗고 눕는 것만이 벗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바닥까지 드러내는 것. 속을 속속들이 벗으려면 무조건 명령내리거나, 무조건 복종밖에는 없다. (그래서 조제와 호랑이들의 테마가 바로 SM이었다고 할 수 있을련지 모르겠다.) 즉, 아무리 세련된 문명인(?)이라 하더라도, 그런 상황은 야만인에 다름 아니다.

바로 그런 야만성을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나을 게다...라는 것인데, 뭐 나라고 얼마나 잘 알리오. 관계 있는지 모르겠는데, 지나치게 자신감 있는, 걸걸한 나의 모습과 지나치게 벌벌떠는, 야들야들한 나의 모습이 내 안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조차 난 인정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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