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는 큐브릭 영화답지 않게(?) 느리고, 역사물이며, 나레이션까지 군데군데 나온다. 물론 큐브릭 영화답게 허무한 유머가 나오며, 촬영이 그윽하다. (촬영하는 이들은 모두 큐브릭 팬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러닝타임도 길다. 중간에 인터미션도 있다. ㅎ
결투 장면이 계속 되풀이 되어서 나올지는 막연하게 예상하긴 했는데, 따져보면 좀 흥미롭다. 아예 처음부터 배리 린든의 아버지는 결투에 져서 사망하였고, 그 후에 배리가 맞이하게 될 첫 번째 결투 상대인 잉글랜드군 장교 퀸, 늙어서 맞이하게 될 결투상대인 의붓아들 발링턴 공은 하나같이 겁쟁이들이다. 총 쏘기를 주저하고, 그나마 쏜 것도 빗나가고 그렇다. 마지막에서 배리 린든은 기꺼이 쏠 기회를 신사답게 주었고, 그에 따라 그는 불명예스러운 퇴각을 하게 된다.
하나도 어린이용 동화와는 맞지 않잖아? 린든이 극중에서 아직 어린이인 아들, 브라이언에게 자기의 무용담을 얘기해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19명의 머리를 베었다. 아이에게 해 줄 만한 얘기는 못되지만, 아이는 천연스럽게도, 그 19명의 머리를 모두 가졌냐고 물어본다. 아니, 그것은 국왕의 것이란다. 얘야.
어떻게 보면, 바로 이런 뒤죽박죽, 뭐가 뭔지 알 수 없고, 위 사진만큼이나 축축하고 칙칙하며 어두운 세계가 바로 큐브릭이 보는 세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니 아이즈와이드셧 같은 것도 나올 수 있었겠지. 뭐가뭔지 알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운명에 이끌려가는 것. 이러니 비극만 존재한다. 희극은 없다.
2009년 2월 8일 일요일
Barry Ly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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