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30일 월요일

The Reader



영화는 남자 주인공의 결혼생활에 대해 거의 언급이 없었던 반면, 원작 소설은 좀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다고 한다. 이미 10대 중반에 그 엑기스를 알아버린 인생이라면, 당연히 평생 여운이 남지 않을까. 더군다나 그는 여자의 당당함을 봐버렸다. 괴로울 수밖에 없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옛날처럼 책을 읽어주는 것 뿐이다. 한 마디 편지 없이, 그저 묵묵히 테이프만 보내준다.

아마 여기에서 다들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나야 한나 슈미츠가 죄를 순순히 시인했을 때 흘렸지만 말이다. 인간들이 하는 사랑이라는 것이 참 위대해 보인다면, 이 영화나 타인의 삶을 권유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한 편 보면, 이건 뭐 완전 X된 인생이랄 수도 있겠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 숭고하다, 고 하면 되겠다.

과연, 나는 자식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자식이 생기긴 할까.

2009년 3월 26일 목요일

62번째 게시



드디어, 드디어 모로코 모임을 가졌다. H의 결혼식에 웬만한 이들 모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확실히 날짜를 정한 덕택이다. 구체적으로 날짜를 정하지 않으면 뭐, 만나기 정말 힘든 사람들이 가득하니, 다섯 명 모인 것만으로도 만족이다. 장소는 사진에 있는 S타워의 로쏘 비앙코(들어간 방도 저 방이었다). 희안한 이름이다. 빨강하양 식당.

하지만 사실, 그 시기 일들은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뭔가 심각한 일이 있어도 바로바로 태평스러워하는 성격 탓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내 대신 다른 이가 그것을 기억해주면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끊임 없이 계속 이 블로그질을 하는 이유도, 아마 그 "기억"을 최소한이나마 남겨두기 위해서일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부질 없는 짓이 될 테지만.

2009년 3월 23일 월요일

Låt den rätte komma in (렛미인)



렛미인을 보고 좋아한다면 자기 가슴에 손을 얹고 한 번 쯤,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자기 자신은 피에 굶주리지 않았나, 하고 말이다. 피에 굶주리지 않고서야 사랑을 원할 자격이 없다. 상대방을 죽일 각오도 하지 않고서야, 그 사람을 얻을 자격이 없다. 물론 이렇게 생각한 것은 말 그대로 미친 짓이다. 그래서 아무나 못한다. 대학생 되면, 어른되면 알아서 여자 사귀고 결혼하고 한다던 어른들 말씀, 다 뻥이다.

그러나 그 말씀은 참이기도 하다. 대충 사랑하고 대충 결혼해서 잘만 살면, 유전자에 대한, 이 사회에 대한 의무는 다 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 '피'는 그다지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피와 유사한 것만 있으면 그만이다. 끈적하고 끈끈하고 새빨갛고 기분나쁘기만 한 피를 갈구하는 이들은 내쳐져야, 정상이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괴로울 수밖에 없다. "이엘리"라고 읽던데(스웨덴어의 E도 러시아어처럼 "이에"인가?), Eli는 분명 히브리어에서 "하느님"이다. 사람의 피를 드셔야 살 수 있으며, 아예 성의 구분이 무의미한, 그런 분이시다. 그가 피를 원한다면, 나와서 드슈~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사람의 선택이 아닌, 그 분의 선택이다. 어차피 피를 원할 정도의 사랑이라면, 그건 내가 택하는 것이 아닐 게다.

2009년 3월 20일 금요일

61번째 게시

옛 친구가 스스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논어)

한자어 문장을 보면 언제나 좀 오바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뜻글자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딱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적확하다. 언젠가(며칠 전이더라?) 갑자기 J와 J를 동시에 연락할 수 있었다. 참 우연찮은 일인데, 사실 단순한 안부인사라 하더라도 정말 "아무 생각없이"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좋든 싫든 '앙금'이 남아 있어서겠지. 둘 다 잘 있다. 그럼 됐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정도 앙금이면 살아가는데 별로 불편은 없다.

만약 잘 있지 않다면?

가슴이 저린다, 정도로 마친다면, 역시 살아가는 데 별 불편은 없을 것이다. 이 주제는 여기서 끝. ㅇ_ㅇ

2009년 3월 16일 월요일

Watchmen



지금은 왓치맨의 원작을 읽고 있다. 영화를 보자마자 구입했으니, 참 바람직한 소비자라 할 수 있는 나다. 영화를 보면서도 그러했지만, 만화를 약 1/4쯤 읽었는데, 내가 만약 히어로가 되었다면 난 역시 코미디언이 되지 않았을까. 닥터 맨해튼은 역시나 너무 동떨어진 수퍼히어로이고, 나이트 오울은 너무 평범하고 착하며, 로어셰크는 내게 없는 야수성과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역시 코미디언이다. 너무나 세상을 잘 이해하고 고의적으로 도덕과 거리를 두는 존재. 월남전에 갔더라면 그 힘을 이용하여 무자비하게 변모하면서, 나중에는 적을 찾아가 꺼이꺼이 울고마는, 그런 캐릭터이다. 그런 존재만이 나의 호감을 살 수 있다. 동떨어진 수퍼히어로인 닥터 맨해튼과는 어울리거나 세계관을 나눌 수 있겠지만 그를 인간이라 하기는 좀 뭐하고, 나머지들은 로어셰크 정도만이 좋다. 아마 코미디언을 이해할 유일한 인간이 로어셰크일 것이다. 둘이 딱 들어맞지는 않더라도.

그래서 처음부터 코미디언을 죽여버렸을까나? 이 만화가 의미하는 것이 상당히 많긴 한데, 그걸 다 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내게는 히어로의 힘이 없으니 참 다행이다.

2009년 3월 11일 수요일

타인의 취향 (Le Goût des autres)



취향이 없는 인간은 없다. 각기 다른 '취향'이 있을 뿐이다.

요 문장을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으로, 행동으로는 절대 알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당연히 각자 자신의 취향이 바람직하다 생각하는 것이, 틀렸다는 점 또한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러나 글이나 행동으로는 절대 그러하지 못한다. 이 영화가 그리도 칭찬을 많이 받는 이유는, 그러한 정황을 과장되지 않게 드러내서일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더라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야 세상이 굴러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편견이 있어야 세상이 굴러간다는 의미다. 결국 여기서 우리는 갈라질 수 밖에 없어, 라는 말을 나중에 생각하면 참 웃기게 마련인데, 그런 유치한 말이라도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으리라는 것 또한 진실이다.

이래저래 "아이러니"야말로 인생일 텐데, 이런 걸 생각하다보면 창조주가 일거설기 대충대충 만들어놓은 인간세상이 실제로는 기가막힌 균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망상에 젖게 된다.

2009년 3월 8일 일요일

낮술



확실히, 회사를 다니다보면 점심 때 반주하기가 좀 껄끄럽긴 하다. 물론 술을 좋아하는 상사(가령 본부장 ㅇ_ㅇ)와 점심을 함께 한다면야 즐길 수 있을 텐데... 일 때문에 그러면 아니되겠지. 그래서 자주 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낮술이 그리울 때가 많다. 물론 주말에 낮부터 술마셨던 기억이 최근에 없지는 않지만.

그러고보면 나의 성격도 참 모순적이다.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고, 먼저 마시러 가자고 하지도 않으면서(물론 간헐적으로 그러긴 한다), 술마시며 하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뭔가 머리가 좀 알딸딸해져야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들간의 기본적인 호감이나 신뢰감은 바탕에 있어야 하겠다.

갑자기 아주 예전에 했던 소개팅이 생각난다. 만난 그날 바로 술마시자고 제의했고, 술마시고, 헤어졌다. 보통 이런 경우는 서로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긴 한데, 그 자체로서는 참 재미있었다. 그럼 됐지 뭐. 술이 땡긴다. 이 영화보고나면 확실히 땡긴다.

2009년 3월 2일 월요일

국제경제법



과를 옮겼다. 이제는 정말, 정말 공부해야 할 때가 되었다. 막연히 판례만 알고있던 것에서 벗어나서, 그것이 왜 판례가 되었는지에서부터, 어느 조항이 왜 들어가고, 어느 조항이 왜 빠지는지, 그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해 빠짐없이 알아야 할 때가 되었다. 사실 이전에는 내가 분과협상에 들어가지를 않아서 공부를 좀 등한시 한 면이 있기도 했고, 제아무리 FTA가 WTO 규범을 기반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종의 '특수한 파생상품'격이라 별로 와닿지 않았던 면이 있어서인지 좀 그랬었다.

이제는 기본을 다시금 다져야 할 때이다. 대세가 FTA인 것이야 변함이 없다손 치더라도, WTO 분쟁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향후 겁나게 일어나게 될 무역분쟁을 이해하기란 요원해질 것이다... 라고 생각하니 몸이 오싹해질 정도다. 오늘도 저 그림에 있던 최승환 교수 책을 좀 보다가 왔다. 내가 이 책을 다시금 파고들줄이야. =_=

암튼, 책을 읽어서 기본부터 다지는 것은 공부가 안될 것이 뻔하고, 바로 판례로 넘어가야겠다. 이거 원 한 시라도 놀 수가 없네그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