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9일 화요일

피아노치는 여자(Die Klavierspielerin)



누구도 그녀 어깨에 손을 얹어주지 않고, 누구도 그녀의 짐을 덜어주지 않는다. Keiner legt eine Hand an sie, keiner nimmt etwas von ihr ab.

여자는 자기의 여성을 찾아주고, 자기를 이끌어주며, 자기를 건강하게 만들어주기 바랬다. 확실하다. 계집이 사내에게 몸을 맡긴다면, 저정도 희망은 바라보고 있어야 할 만하지 않던가.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여성을 찾아준 것 까지는 괜찮았는데(분명 그녀는. 여자였다.), 나 또한 병자였다는 사실이다. 피아니스트를 보면 에리카가 이런 말을 한다.

음악적 재능이 풍부하지만 허영심이 없는 예외적인 남자 ein musikbegabter Ausnahmemensch ohne Eitelkeit

난 내가 이런 사내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내 마음 깊이, 뼈속 깊이 썩어빠진 병은 못 본 채로 말이다. 내 병을 내가 이제 알게 되었는데, 난 이 병을 고칠 수 있을까? 난 나 자신도 극복을 못하고, 보다 모든 열정을 쏟을줄도 몰랐다. 그저 냉랭히, 무심하게, 내가 안다칠 정도로만 열정을 퍼부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나는, 에리카를 강간하지 못할 사내였다. 한 순간이라도 사랑하지 않는다 생각한 적이 없건만, 나의 주인이 나인줄로만 착각했었던 모양이다.

내가 나이지 못했다. 결론은 그거다. 무슨 난리부르스를 치더라도, 내가 나이지 못하면 뭘 어쩔까. 물론 그게 뭐 어때서? 결국 아무 것도 없잖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 정말. 병을 고치고 싶다. 사랑하면 행복해지지 못한다는 거. 이미 이해하고 있다. 행복. 그 따위 몰라도 살 수 있어. 사랑. 사랑없인 못살아. 이대로는 못살아. 그냥 로보트로 살 수 밖에 없어. 아... 또 눈물난다. 무서운 책이다.

댓글 6개:

maria, Sa :

예전에 블로긴에 적었던 얘긴데, 이 글 읽다보니 불현듯 생각나서요. ㅎㅎ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 방법으로 여자들의 정체를 꿰뚫어 볼 줄 아는 남자를 호의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무의식적으로, 여자는 힘과 행동으로 자기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 남자의 '박력'을 원한다.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있어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여자를 향해 흉악한 본성을 드러내며 달려들기를 포기했던 남자는, 여자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혀질 수조차 없다. 두고두고 여자의 골치 아픈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아마도 남자는 여자를 마음 깊숙이 사랑했으리라. 여자도 남자의 성실성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남자의 행동을 거절당한 여자의 상실감이란, 단순한 실망감을 넘어선 일종의 극단적인 원한이나 보복의 감정과도 같다.

Minbok :

문제는, 다 지나고나서야 저런 진리를 알아본다는.ㅠ.ㅠ

맞아요. 클레머는 에리카의 편지를 보고 에리카에게 달려들기를 포기햇엇죠. 근데 언니, 글들 다 저장해 뒀나봐.:D

Unknown :

오..그렇네요. 어쩌면 글로밖에 풀어버릴 수 없는 이런게 답답한것은 아닐까요. 내가 다 답답하네; 차라리 카사노바였다면 유쾌했을까. 하여간 홧팅.

Minbok :

그러게. 차라리 내가 바람둥이엿다면 걍 가볍게 가볍게

...행복을 알면서 살앗을 거야.

익명 :

난 그래서 가볍건, 가볍지 않은 카사노바건, 사랑의 본질을 알고 정도를 걷는 사람은 오히려 더 행복한 것 같아요. 흔들리지 않고 자기 페이스대로 가는 그 올곧음이랄까..:) 우리 둘 다 홧팅! 정말정말 인샬라 for both of us.

Minbok :

인샬라~! ㅇ_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