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두 귀가 모두 "울리게" 들려서 회사 근처의 이빈후과에 갔었다. 고막에 염증이 생겼다는 의사의 말이 역시 "울리게" 들린다. 이유가 궁금했다. 그랬더니 감기증세가 생기면 귀로 갈 때가 있다고 한다. 아... 내가 그동안 너무 피곤하게 살았던가? 이어폰을 잘못 꽂았던가? 아무튼 병원에서 약을 준다. 식후 30분에 먹으라면서 3일치나 준다.
그런데 일하다가 보니 까먹게 되더군. 안먹었다. (지금도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다. 이따 출근하면 버려야지.) 근데 그 다음 날 바로 낫는 거라. 어차피 항생제 쪼가리가 들어 있을 테니 안 먹는 게 낫겠다 싶어 계속 안 먹고 있고, 내 귀는 다시 정상이 되었다. 이 비슷한 얘기를 S가 하더라. 자기가 일하다가 쓰러질랑말랑해서 제일병원을 갔었는데, 멀쩡하다고 나오고, 삼성병원을 갔었더니 심각하다고 나왔다고 한다. 음. 역시 아픈 것이 맞긴 맞았는데, 쉬었더니 나아졌다고 했던가.
지금 그 말을 종합해 보면, 제일병원이 낫다는 얘기잖수? ㅎㅎ 사실 병원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얼마나 될까? 병세를 모르면, 걍 스트레스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면 만사형통. 내가 내가 아니라는 사실이야 익히 잘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증거로 드러나고 보니, 역시나 할 수밖에. 약은 소용이 없다. 모든 약은 프로작이다. 쓸모가 있는 약은 마약 뿐이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질랑가.
약에 대해 노닥거리다 보니, S는 약장사를 하겟노라 대범하게 선언한다. 자기 후임을 소개하며 떠난 S. "저 이제 약장사 할래요." 물론 농담인 건 아는데, 그런 농담이 통하니 S가 참 좋다. 하지만 과연 그는 나의 헤아릴 길 없는, 뼛속 깊은데까지 박혀버린 공허함을 알련가. 그것까지 바라볼 용기가 있을까. 물론 그런 것까지 알아볼 '타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다 혼자이니까.
그러니까. 어찌됐건, 어느 방향으로 보건, 약은 쓸모가 없다. 따지고보면, 마약도 결국은 쓸모가 없지. 모든 약은 뽕이다.
2008년 7월 4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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