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가지니까 좋아?"
민재가 자기를 짝사랑하는 민수에게 던진 말이다. 민수가 바라는 것이 민재의 몸 뿐이었다면 당연히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니 좋은 건 좋은 거고, 고통스러워할 수 밖에 없을 노릇이다. 도대체 이 여자는 어째서 자기가 가질 수 없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일까? 소설가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이 사내는 어째서 자기가 가질 수 없는 여자를 좋아할까?
자기가 가질 수 있는 상대를 갖고 노는 것은 여자 뿐이다. 워낙에 사랑은 없을 때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가질 수 없는 상대에 더 큰 애착, 혹은 집착을 보이는 것이리라. 즉, "날 가지니까 좋아?"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경멸이요, 비웃음이다. 하지만 절망적이기도 하다. 나의 마음값이 바로 나왔으니까.
내 마음값이 싸구려라는 것. 비극일수도 있고 희극일수도 있다. 싸구려니까 싸구려답게 나아가게 되면 그것대로 위안을 받을 수 있을까? 위안. 위안이 중요한가? 좌충우돌하는 행동 끝에, 애정 끝에 남는 것은 아무 것도.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었다. 길 잃은 아이처럼, 아무 말도 할줄 모르는 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2007년 12월 11일 화요일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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